전자 상거래 1위 아마존이AI 에이전트로 인해 고민하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지난달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어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쇼핑에 AI와 에이전트를 투입하는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는 '쇼핑 에이전트'라는 개념이 본격 도입된 지 불과 1년 만입니다.
이미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는 구글과 오픈AI, 퍼플렉시티, 월마트 등이 다양한 AI 쇼핑 도구를 출시했고, 그 결과 AI를 통해 온라인 쇼핑에 유입된 트래픽이 전년 대비 무려 8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도 이미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중 AI 챗봇 '루퍼스'를 통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 챗봇을 사용한 사람들의 구매 전환율 증가 폭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5배나 많았다는 내용입니다.
AI가 온라인 쇼핑에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로, 2년 연속 이런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챗GP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사람들은 챗봇에 점점 더 많이 상품을 검색하고 나아가 에이전트로 결제까지 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건 스탠리는 2030년까지 미국 쇼핑객의 거의 절반이 AI 에이전트를 이용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 전자상거래 지출에 최대 1150억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분석가들은 "현재 소비자의 10% 미만이 AI를 통해 온라인 구매를 시작하지만, 현재 미국인의 약 40~50%가 제품 조사를 위해 AI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 맞춤형 디지털 인터랙티브 쇼핑객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 즉 에이전트형 상거래가 차세대 AI 기반 혁신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맥킨지는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가 2030년까지 미국 소매 매출 1조달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모건 스탠리의 1150억달러는 AI로 추가되는 매출이지만, 맥킨지의 1조달러는 AI가 기존 쇼핑을 대체할 규모를 예측한 것입니다.
이처럼 AI 에이전트가 온라인 쇼핑의 미래로 꼽히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CNBC는 아마존이 고민에 빠져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의 리더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사의 에이전트를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벌써 지난해 2월 최초의 쇼핑 에이전트로 볼 수 있는 루퍼스를 내놓았습니다. 제품 찾기나 비교, 추천 등의 역할을 하며, 최근에는 특정 가격이 되면 자동으로 상품을 구매해 주는 기능이나 웹상의 다른 사이트 상품까지 추천하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픈AI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퍼플렉시티 등 점점 늘어나는 타사의 에이전트들입니다. 특히 오픈AI는 쇼피파이나 월마트와 같은 굵직한 아마존 경쟁들과 손잡고 '챗GPT 앱스' 기능을 통해 에이전트 쇼핑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점차 챗GPT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기존 온라인 커머스 업체도 여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수수료를 오픈AI에 떼어줘도, 소비자 접근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월마트나 쇼피파이는 경쟁사인 아마존으로 사용자가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아마존에는 달갑지 않습니다. 더 많은 구매자가 챗GPT를 통해 경쟁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아마존에서 받아주면, 수수료 일부를 오픈AI에 떼줘야 합니다. 포레스터의 소매 분석가인 수차리타 코달리는 “챗GPT에서 에이전트를 이용하면 소매업체는 자체 사이트에서의 거래를 포기하고 오픈AI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결과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마존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의 구매 패턴 데이터입니다. 그러나 챗GPT를 타고 들어온 구매 요청은 데이터가 쌓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오픈AI와 협력하지 않으면, 거대한 트래픽을 월마트나 쇼피파이에 완전히 빼앗길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제까지 타사의 에이전트가 접근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막아 왔습니다.
또 외부 AI 회사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학습 데이터를 긁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픈AI를 포함한 47개 기업의 크롤링 봇을 차단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퍼플렉시티의 쇼핑 에이전트가 구매를 유도하며 정보를 수집했다고 고소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지난 6월 직원들에게 AI 에이전트가 쇼핑부터 여행, 일상적인 집안일 등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0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는 제3자 에이전트와 협력할 예정이며, 일부 제공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에이전트 커머스'를 포함한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할 기업 담당 책임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이는 타사와의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내부적으로도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신발 판매 업체 자포스(Zappos)나 패션 사이트 숍밥(Shopbop), 할인 사이트 우트(Woot) 등을 통해 아마존 플랫폼 일부에 대한 접근을 조용히 허용하고 있습니다. 외부 쇼핑 에이전트의 허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쇼핑 에이전트는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상품 검색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결제까지 원활하게 이루기에는 성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에이전트를 미래의 시나리오로만은 볼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타사의 에이전트를 받아들이자니 당장 수익이나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하고, 이를 금지하자니 미래 시장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이런 문제를 전문가들은 '리더의 딜레마(Leader's dilemma)'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마존의 입장 변화는 시장의 불가피한 흐름을 인정하고, 시장 고립과 고객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자체 생태계에 외부 에이전트를 어떻게 통합할지 본격적인 연구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온라인 커머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는 세계적으로도 전자상거래 이용률과 모바일 쇼핑 침투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쇼핑 방식을 바꾼다면, 국내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국내 소비자들도 네이버나 쿠팡, 컬리 등 플랫폼을 방문하는 대신, 챗GPT에 "가장 가성비 좋은 무선 이어폰 찾아 줘"라고 물어보고 바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때 네이버나 쿠팡 같은 거대 플랫폼들도 아마존과 똑같이 외부 에이전트와 협력할지, 경쟁할지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에이전트가 보편화되면 이런 사례는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에이전트는 20년이 넘게 지속됐던 온라인 사업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AI Times , 뉴스 브리핑, [12월26일] 전자 상거래 1위 아마존이 AI 에이전트로 인해 고민하는 이유는